하루 아침에 4조원이 증발해버렸습니다. 단 1주일 만에 수십조원을 호가하던 암호화폐 테라의 가치가 99.9999%(58조원 가량)가 증발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인기몰이를 하던 테라폼랩스의 루나는 왜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을까요? 또 루나/테라는 어떤 코인일까요?
루나? 테라?
그들의 시작
2019년 4월 경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권도형 대표는 테라폼랩스를 공동창업하고 코인을 발행하게 됩니다. 바로 루나와 테라입니다. 루나 프로젝트는 자체 메인넷인 콜럼버스를 제작했습니다. 콜럼버스 메인넷은 코스모스를 기반으로 BFT(비잔틴 장애 허용)+위임지분증명(DPoS) 알고리즘을 사용한 Tendermint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했습니다.
테라폼랩스의 코인이 2개인 이유는 스테이블 코인을 실물담보 없이 제작하기 위해서 입니다. 루나는 거버넌스 코인(채굴 코인)이며, 테라는 1 USD에 페깅되어(가치가 고정된) 프로토콜 결제에 사용되는 암호화폐입니다. 루나를 스테이킹 한 노드는 루나를 채굴할 수 있는 권한을 상위 1000개 노드에 위임하게 됩니다.
루나는 테라의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테라의 가격이 떨어지면 루나를 추가 발행해 테라의 유동성을 흡수합니다. 이로써 테라의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될 수 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테라와 루나 가치가 모두 폭락하면서 6조개 이상의 루나가 발급되었고 생태계는 붕괴되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실물 경제에서도 달러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금을 담보로 발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71년 닉슨 쇼크가 오기 전까지 말입니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이 모여서 1온스의 금에 $35 가치를 강제로 연결했습니다. 이후 금이 동나기 시작하면서 USD는 Fed의 입맛에 따라 전세계로 발행되기 시작합니다.
스테이블 코인도 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다른 자산에 가치를 연동(pegging)시켜 안정된 가치를 가진 암호화폐를 의미합니다. 법정통화, 채권 처럼 다른 암호화폐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실물 화폐를 예치해서 그에 상응하는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테라(Terra)는 이 방식을 알고리즘으로 변경합니다. 별도의 담보물 없이 알고리즘 기반으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 불립니다. 테라/루나 소유자는 테라스테이션 DeFi 플랫폼에서 테라를 루나로, 루나를 테라로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교환 과정에서 테라/루나가 소각되면서 테라가 1 USD에 페깅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되었습니다.
루나/테라 작동방식
테라/루나 교환
1테라는 1달러 가치의 루나와 교환됩니다. 즉, 1테라를 얼마만큼의 루나로 교환 가능한지는 교환 시점의 루나 시세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루나 가격이 $1라고 가정하면 1테라=1루나의 공식이 성립합니다.
만약 루나 가격이 $0.1로 떨어지게 되면 1테라=10루나의 공식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테라는 $1에 가치가 고정될 수 있게 됩니다.
테라 가격이 $1 이하인 경우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를 사용해서 Arbatrage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만약 테라 가격이 $0.7로 떨어지게 되면 테라를 구입해 테라스테이션에서 $1 가치의 루나로 바꿀 수 있습니다. $0.3의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알고리즘은 루나를 새로 발급하고 테라는 즉시 소각하게 됩니다. 테라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테라 가치는 1$까지 올라갑니다.
테라 가격이 $1 이상인 경우
반대로 테라 가격이 $1.2라면 사람들은 $1의 루나를 구입해 $1.2의 테라와 바꿉니다. $0.2의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테라는 신규 발행되고 루나는 소각됩니다. 신규 생성된 루나 만큼 루나는 소각되면서 테라 가격은 다시 $1로 맞춰지게 됩니다. 테라를 매도하는 수요가 늘면서 테라의 가격은 $1로 떨어지게 됩니다.
인센티브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는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자체 DeFi를 통해 테라를 예치하면 20%상당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합니다. 혹은 루나를 담보로 테라를 대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테라는 다양한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사용되고 이 때 발생한 수수료는 루나 코인을 스테이킹 한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지급됩니다.
루나 코인을 가진 사람들은 스테이킹을 통해 블록 생성에 기여한 대가로 루나를 새롭게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루나를 구입하고 스테이킹해서 테라를 대출받고 다시 테라를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해서 20%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루나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테라의 가치는 $1에 유지되면서 루나 코인의 가격은 $119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시가 총액 6위(58조원 가량)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한국판 일론 머스크라며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엄청난 주목을 받습니다.
그들의 멸망
시작은 5월이었습니다. 한 고래 투자자는 루나/테라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위기감을 느끼고 테라를 대량 매도합니다. 테라의 가치가 $1 이하로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루나 코인으로 테라를 매입해서 차익 거래(Arbatrage)를 하겠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플레이션
COVID-19가 본격적으로 종료되고 물가는 살인적으로 치솟았습니다. 미 연준(Fed)에서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기준 금리를 대폭 인상하게 됩니다. 실물 자산의 가격도 떨어지는 마당에 암호화폐의 가격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비트코인이 10% 하락하면서 테라의 가치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Fed 공개 비난 , 그리고 빅스텝
이 때 미 재무부 장관 제닛 옐런이 테라 가치 폭락을 언급하면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가 있을 것이라 예고합니다. 테라는 $0.69이하로 떨어집니다. 테라가 제 가치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루나도 $33까지 폭락합니다. 테라가 1달러 밑으로 거래되는데, 1달러 가치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코인마켓캡 기준 시총 43위까지 떨어지면서 2022년 5월 11일 단 하루만에 시가총액 약 4조원이 날아가버립니다.
테라는 잡코인이 아니라 시총 6위 까지 올라갔던 메이저 코인이었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도 너무 컸습니다. 기존 스테이블의 코인 순위는 1위 테더, 2위 USDC, 3위가 테라였습니다. 테라가 멸망한 후 테더도 시가총액 30조원 가까이 날아가버립니다.
이후 권도형 대표는 테라2.0 pheonix-1 네트워크를 공개합니다.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서 기존의 테라/루나는 테라 클래식/루나 클래식이 되었고, 기존 테라 블록체인을 하드포크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없는 새로운 네트워크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테라/루나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명백한 사기행위라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내게 됩니다. 테라폼랩스 법인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가 주요 내용입니다. 피고인은 권도형대표와 공동창업자이자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입니다.
국회에서도 테라 방지법이 발의됩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유사수신 행위에 금전 뿐만 아니라 가상 자산을 조달하는 경우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법을 발의했습니다.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20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실제 유사수신 행위 처벌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앵커 프로토콜을 통해 시중 예금을 훨씬 뛰어넘는 거래소가 운영되었고, 애초에 백서에도 없었던 1.5조원어치의 SDT가 프리마이닝 된 점들은 명백한 사기의 증거라는게 고소인측 입장입니다.
루나사태는 실체가 모호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앞세웠지만, 거버넌스 코인과 스테이블 코인 모두 가치를 잃었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카르다노 플랫폼 창시자가 테라를 공격했다는 배후설이나, 폰지사기설이 떠돌고 있지만 핵심은 건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가상자산이 나올 것이고, 그 때마다 발생하는 피해자들이 없도록 소비자를 보호하고, 디지털 가상자산,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Blockch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Blockchain] 탭 루트(Tap Root)란? 슈노르 서명? (0) | 2022.06.28 |
---|---|
[Blockchain] PBFT(Practical Byzantine Fault Tolerance) 합의 알고리즘이란? (0) | 2022.06.27 |
[Blockchain] 비잔틴 장군 문제 딜레마(BFT, PBFT, tendermint)란? (0) | 2022.06.24 |
[Blockchain] 온체인(On-Chain) vs 오프체인(Off-Chain) 차이점 (0) | 2022.06.24 |
[Blockchain] 알트코인이란? (비트코인 캐시 문제점) (1) | 2022.06.24 |
댓글